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

거대한 국가나 기업 앞에서 개인의 힘은 상대적으로 미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국민을 분노케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만 보더라도, 의문의 폐 질환자 발생과 가습기 살균제의 원인관계가 밝혀진 게 2011년도였지만, 5년이 지난 2016년도에 겨우 옥시의 전 CEO들이 소환되고 있습니다.

국가나 기업에 개인이 피해를 보게 된다면 소송을 통해 법적 절차를 밟아야겠지만, 보통의 사람이라면 소송의 비용뿐만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시간도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요. 해외의 경우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집단소송 등의 제도가 갖춰져 있어 이를 통한 배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에 대해서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Punitive Damage]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징벌적 성격을 더해 실제 발생한 손해보다 훨씬 더 많이 배상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의 기준은 그 사고가 중과실인지, 고의적이었는지, 또한 은폐하려고 했는지 아닌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유명한 예는 1992년 미국의 맥도널드에서 커피를 사서 마시다 화상을 입은 할머니가 소송을 통해 약 7억 원을 배상받았던 판결이 있습니다. 당시 법원은 커피가 너무 뜨겁다는 소비자의 불만을 수백 건 접수하고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판결했습니다.

맥도널드 커피

2014년 현대자동차도 미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받기도 했는데요. 2011년 미국 몬태나 주에서 결함이 있는 자동차를 타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데 책임을 물어 7300만 달러, 약 75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도 하도급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처음 반영했고, 최근에는 악의적으로 중소기업의 기술을 유출하는 경우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로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확대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가열되고 있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과잉금지 원칙, 악의적 소송과 소송 남발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우리 법의 원칙은 100이라는 손해를 입었다면, 100에 대해서만 배상하는 게 원칙이고, 이미 징벌의 의미를 담은 과징금이나, 행정상 과태료, 형사처벌 조항 등이 존재한다는 입장입니다.

집단소송[Class Action]

집단소송은 회사나 특정인의 불법행위 때문에 다수가 피해를 보았을 경우 피해자 중 일부가 다른 피해자를 대표해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 경우 판결은 피해자 전체에 미치게 됩니다.

특히 작년에 디젤 게이트로 크게 불거진 폭스바겐에 대한 미국 내 집단소송이 진행 중인데요. 오는 6월 21일 최종 배상 합의서가 나올 예정입니다. 미국 법원은 폭스바겐에 요구하는 배상은 차량환불 또는 리콜, 차량 반환을 포함해 일각에서는 일 인당 5,000달러씩 배상할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런데 분통 터지는 것은 폭스바겐아우디 독일 본사는 미국 이외의 국가의 고객들에 대하여는 배상계획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견해를 밝히고 있죠.

우리나라의 집단소송제도는 증권거래 과정에서 50명 이상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집단소송제도를 인정하고 있는데요. 소송의 허가 요건이나 절차 요건이 무척 엄격하고 까다롭다고 합니다. 2005년 처음 도입되어, 최근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를 상대로 증권집단소송 허가신청을 얻어 11년 만에 첫 본안 재판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RBC는 주가가 어느 선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을 주는 ELS 상품에서 만기를 앞두고 주식을 매도해서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려 손실을 회피했다고 하는데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말 분통 터질 노릇이겠죠. 그 이후에도 대법원은 도이치은행 ELS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집단소송도 허가했다고 하는데. 결과를 지켜봐야겠습니다.

20대 국회

영국이나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 발달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는 소송의 비용이나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에 기업들의 반발이 심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를 통해서 ‘가장 혜택을 보는 것은 막대한 수임료를 챙겨가는 변호사들이다’라며 폄훼하기도 하지만,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 정의를 구현한다는 훌륭한 기본 취지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20대 국회의원 1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108명)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에 찬성하고, 97%(121명)가 소비자 집단소송제도에 찬성했다고 합니다. 새로운 위정자들의 초심이 어떤 결실로 이어지는지 지켜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