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참 더웠습니다.
최악의 무더위로 기억되는 1994년과 비교할만한 더위로 올해 폭염환자가 900여명이 넘었고, 부산의 밤 기온은 112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뜨거운 날씨만큼 전기요금 누진제 관련한 뜨거운 논란이 있었는데요.
저도 밤에 잘 때 에어컨을 수시로 껐다 켰다 했는데, 켤 때마다 ‘오늘은 에어컨을 몇시간이나 틀었지?’ 라며 잠결에 계산하고 있었네요. 현재 전기요금 누진제하에서는 100kWh 구간이 넘어갈 때마다 요금이 큰 폭으로 뛰어 1단계와 6단계는 무려 12배 가까이 전기요금 단가 차이가 나는데요. 에어컨을 하루에 3시간 반 더 틀면 한 달 전기 사용료가 약 200kWh 정도 된다고 하니까 에어컨도 마음대로 못 켜겠더군요.
결국, 국민과 여론의 압박에 정부는 여름 3개월간 누진제 한시적 완화 정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누진 구간을 100kWh에서 150kWh로 늘려준다는 얘기인데요. 여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이미 7월분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은 사람들이 SNS상에서 전기요금 폭탄 고지서를 인증하고 있네요.
왜 전기요금 폭탄이 현실로 나타날까?
할인해 줘도 전기요금 폭탄 현실이라니… 이는 검침일 날짜에 따라 주택용 전기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는 기간이 달라지는 탓도 있습니다. 집집마다 전기 검침일이 모두 다른데요.
예를 들어, 검침일이 15일인 경우는 6월 15일 ∼ 9월 14일까지 전기요금을 할인받지만, 검침일이 12일인 경우는 7월 12일∼10월 11일까지 사용 요금이 할인되는 구조입니다.
초여름 전기 사용량 대신에 가을 전기 사용량을 할인받는 가구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전기검침이라는 게 인력이 하다 보니 같은 날 일시에 할 수 없어 한 달 동안 나눠 실시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해 분노하는 이유는 공평하지 않은 상대적 불평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12배 누진 구조에 산업용과 가정용의 누진제 차이, 거기에 검침일에 따른 불합리와 불평등까지 더해지게 되었습니다.
전기요금 폭탄이 현실로 일어나는 SNS인증 사진을 보며 저도 마치 학창시절 성적표를 받는 심정으로 고지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산업통상부의 “하루 4시간만 에어컨을 틀면 전기 요금 폭탄은 없다”는 발언을 듣고 정말 기가 막혔었는데요. 국민을 다룸의 대상이 아닌 섬김의 대상으로 보는 것까지 바라지는 않겠습니다. 단지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본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이 나오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