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언론이 연일 경고하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최근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잦아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부동산의 계절적 비수기 영향도 있겠지만, 11.3 부동산 대책 이후 금융당국의 대출규제가 힘을 발휘하는 모습입니다.
물론 급속도로 불어나던 가계빚이 안정세로 돌아서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는 정부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강화의 결과로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왜 이리 가파르게 상승하는지 모르겠네요.
지난해 12월 미국의 FOMC 회의에서 1년만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0.25% 올랐지만 우리나라의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0.25% 내리며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 은행들은 언젠가부터 슬금슬금 가산금리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치솟는 아파트 중도금 대출금리
약 1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아파트 중도금대출 금리가 3%이하인 곳도 찾아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중도금 대출금리가 어느새 5%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 한 아파트는 최근 지방은행 2곳과 금리 연 4.2%에 중도금 대출 약정을 맺었다고 하는군요.
금융당국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목적이 건전한 가계대출 관리인 것인지 은행들의 수익구조 개선이 목적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가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은 보인다고는 하지만 이런 위험은 칼같이 선반영 하는가 봅니다. 달러 환율이 무조건 오른다고 볼 수도 없고, 미국 연준이 올해 예정했던 3번의 금리인상이 실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많은데 말이죠.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국제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우리나라가 금리를 세 차례 인하해 0.5%까지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그만큼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인데요. 이런 와중에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위한 중도금대출에 빨대를 꽂고 고혈을 빨아먹는 얌체같은 은행들이 더욱 미워지네요.
뒤바뀐 갑과 을?
은행의 대출은 하나의 상품이고, 은행은 서비스 제공자이며, 대출자는 소비자입니다. 그러나 중도금 대출은 다른 재화와 달리 필요할 때 반드시 빌려야 하는 시기의 적절성이 중요하고 은행이 금리를 정하기 때문에 은행이 갑이고 대출받는 사람이 을인 경우가 많죠.
최근 AI로 달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미국산 달걀을 수입하자 계란값이 뚝뚝 떨어지는 현상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요. 남의 위기를 이용해 자신의 배를 불리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