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주 어렸을 때 이모부가 남대문에서 안경점을 하셨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안경점의 권리금을 못 받고 비워주게 되어 같은 건물 임차인들끼리 단체로 대응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제가 어린 학생이었기 때문에 전후 사정을 정확히 알지는 못했었는데, 돌이켜보면 아마도 재건축 등으로 인해 전체 상가의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지 못하고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부분은 포스팅 맨 마지막에 정리해보겠습니다. ^^;)
기존에는 이러한 임차인들의 권리금제도라는 게 성문화되지 못하고 음지에 있었기 때문에 여러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일이 발생하곤 했었는데, 2015년 5월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처음으로 법의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권리금 회수의 기회를 보호받는 것이고 이마저도 몇 가지 예외 사항이 있으므로 확실히 정리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
우선 권리금에 관해 규정된 개정법에서는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고 ▲상가임대차 관련 분쟁을 최소화하며 ▲임차인의 대항력을 부여한다고 합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하는 부분으로, 계약만료 3개월 전부터 계약 종료일까지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때 임차인은 계약 종료 후 3년 안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세입자가 정당하게 신규세입자로부터 권리금을 받는 것을 건물주는 막을 수가 없게 되는데요. 그래도 건물주가 세입자가 권리금 받는 걸 방해하면 추후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래와 같은 예외사항이 함께 명시되어 있습니다.
-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보증금 또는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
-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그 밖에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
-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임차인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
다만, 3번의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문구의 주체가 정확히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논란의 여지
MBC 라디오 프로그램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2015.12.29~30)에 나와서 설명했던 두 명의 변호사는 ‘기존 임차인이 1년 6개월간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했을 경우 권리금을 주장할 수 없다’고 했으나, 이진우 기자가 법무부에 문의했더니 ‘임차인을 내보내고 1년 6개월간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면 예외가 적용된다’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쟁점은 기존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 종료 전 1년 6개월이냐, 새로운 사용자가 종료 후 1년 6개월이냐’라는 부분이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정확한 조문을 확인해 보기 위해 법제처 국가정보법령센터와 법무부 자료를 찾아보니 혼란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법제처 국가정보법령센터의 문구에는 ‘한’이라는 완료상으로 표기되었고 법무부의 문구에는 ‘하는’과 ‘한’이라는 진행상과 완료상이 혼용되어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신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다듬어질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상가건물이 대규모점포 또는 준 대규모점포의 일부인 경우와 국유재산 또는 공유재산인 경우에도 권리금 적용을 제외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3개월 치 월세가 밀린 경우에도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경우이므로 권리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동안 음지에 있던 권리금이 명문화되어 끄집어내 졌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피와 땀이 함께 배어 있는 사업의 결실일 수도 있는 권리금에 대한 개정법을 잘 숙지해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상가 건물 재건축의 경우에 권리금은 보호될까?
재건축의 경우에 임대인이 예정해서 임차인과 이에 대해 특약을 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권리금이 보호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약, 건물의 하자나 임대인이 임의로 재건축을 할 때는 권리금이 보호된다고 합니다. (권리 금액은 임대차 계약 시점이 아니고 종료 시점 기준)